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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꽃피지 못한 삶을 품은 채, 오늘도 이어지는 기억의 노래”

by 컬라 2025. 4. 14.

 

 

책 제목 : 소년이 온다
작    가 : 한강
출판사 : 창비
발행일 : 2014년 5월 19일
정   가 : 15,000원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소년이 온다』— 그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읽기 전,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마주한 이 제목은 오히려 순수함을 연상시키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순수함은 처참한 비극으로 전복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아프다 말하기엔 너무 깊은 상흔을 남긴다.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일이지만, 읽는 동안 여러 번 책을 덮고 다시 펴기를 반복해야 했다. 글 속 인물들이 겪은 고통이 내 삶과 거리를 둔 채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참혹한 현실이 날 것 그대로 숨 쉬고 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 시대를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이들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감히 닿을 수 없는 존경의 또 다른 형태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민중항쟁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권력을 찬탈하려 했던 전두환 세력은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들과 시민들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총칼 앞에 쓰러진 이들의 모습은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히 고통이 전이될 만큼, 지금도 형벌처럼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작품 속 주인공 동호는 단순한 인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작가가 구축한 수많은 화자의 중심에 있으며, 각기 다른 연령과 지위를 지닌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국가 폭력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드러낸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닌, 집단적 비극에 대한 문학적 증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은 고통은 단지 죽음에 머물지 않는다.
신체적 파괴뿐만 아니라, 일생을 끌고 가야 할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오늘날까지도 그날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폭력의 본질을 묻는다.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해, 누구를 위해, 그토록 무도한 잔혹함이 허락되었단 말인가.
『소년이 온다』는 그 질문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기억의 책임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요구한다.

 

책 리뷰

 

예전에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밝은 이야기를 상상했지만, 그 이름이 실제로는 광주에 투입된 군 작전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비극 위에 덧씌워진 이 아이러니한 이름은, 누군가에겐 농담처럼 소비됐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비극을 희화화하는 무감각이야말로, 또 다른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두환 정권 아래의 군인들은 어떻게 그런 괴물이 될 수 있었을까. 이 물음은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물음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한다.

작가는, 그 끔찍한 시간을 지나온 이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이 시대에, 그 폭력을 마주한 이야기를 두려움 없이 기록해낸다. 그 용기가 얼마나 벅찬 것인지,나는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작품을 덮은 후에도 그 감정은 오래 남았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가는 용감하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진실을 외면한 사회가 필연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폭력의 순환을 조명한다.
한 소년의 죽음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이야기는, 다수의 화자들을 통해 복합적으로 엮여 있으며, 시대와 계층을 넘어선 집단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들에게 고통은 끝나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현실의 일부다.

 

이 책은 단순히 읽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날의 진실을 언어로 새기며, 잊지 않으려는 문학의 사명을 담고 있다.
작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진실을, 그리고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이 시대의 문장이 존재함에, 조용한 감사를 보낸다.

 

 

저자소개

 

* 작은 기억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다시 피워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 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