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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려도, 우리는 다시 떠오른다

by 컬라 2025. 3. 29.

국내도서>한국 장편소설

 

제    목 : 『급류』
작    가 : 정대건
출판사 : 민음사
발행일 : 2022년 12월 22일
정   가 : 14,000원

 

▌급류(急流), 인생을 닮은 단어

 

   급류(急流) , torrent 

  1. 물이 빠른 속도로 흐름. 또는 그 물.
  2. 어떤 현상이나 사회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이 사전적 정의 두 가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소설이다.
1번은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고, 2번은 인물의 삶을 관통하는 깊은 은유로 작용한다.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출간 후 잠시 조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내며 '역주행'이라는 이례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단순히 이슈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조명받은 것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에 내재된 진정성 있고 묵직한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울림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충분히, 아니 반드시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충격으로 시작된 한 편의 여정 

 "급류에 휩쓸린 남녀의 시신이 엉켜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듯했다. 사체를 뒤덮은 다슬기들이 얼굴 위를 기어 다녔다."

잔잔했던 마음에 소름이 일렁이고, 본격적인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끔찍한 시작은,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인생의 흐름을 예고한다.

 

▌줄거리 요약

17세 여름, 주인공은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다. 이 급류에 휘말린 순간이 바로 인연의 시작이었다. 위기의 순간을 함께 겪은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이내 운명처럼 얽힌다. 하지만 삶은 간단하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인연들이 지나가고, 주인공은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은 깊어지고, 그는 자신과 비슷한 내면의 균열을 가진 인물에게서 진정한 위로를 발견해 나간다.

사랑, 상실, 혼란, 방황...
삶의 파편들이 흘러드는 동안, 주인공은 점차 회복되어 간다. 그러나 인생은 마치 급류처럼, 때론 거세게 방향을 틀고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그렇게 그는, 휘몰아치는 인생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나아간다.

 

『급류』는 17살에서 시작해 30대 초반까지, 한 사람의 삶을 정직하게 따라간다. 청소년기의 혼란과 고통, 그리고 성인이 되며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들 속에서 주인공은 단단하게 성장해 간다. 그리고 독자인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자꾸만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 그 나이 즈음 겪었던 아픔과 방황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와 이 소설 속 주인공이 겹쳐지며, 문장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급류』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예기치 못한 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명한다.
그 공감의 힘이 이 작품을 역주행하게 만든 진짜 이유가 아닐까.

 

 

사랑, 그 아프고도 따뜻한 감정

우리는 평생을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기뻐하고 때로는 아파하며 살아간다. 그 사랑은 마치 바다처럼 포용력이 있어, 부모에 대한 애틋함도, 연인을 향한 열정도, 친구에게 느끼는 따스함까지 모두 감싸 안는다.

하지만, 이 소설속에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한 구절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문장에서 보이듯, 작가는 사랑이 때로는 아픔과 무력함을 동반하는 감정임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내 안의 ‘급류’를 마주하다

『급류』는 단지 한 사람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도, 주인공처럼 방황했고 흔들렸고, 누군가를 통해 치유받기도 했다.

사랑이란, 서로의 상처와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옆에 머물러 주는 마음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금만 더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더라면, 혹은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할 줄 알았더라면, 덜 아프지 않았을까.”

『급류』는 그런 후회의 순간마저도 따뜻하게 끌어안아주는 작품이다.

 

 

▌작가 소개

정대건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영화와 소설이라는 두 장르를 오가며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영화 '메이트'로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부오니시모, 나폴리 』 , 『나의 파란』『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아이 틴더 유』,『GV 빌런 고태경』 등이 있다.

 

 

* 좋은 책은 강물처럼 마음을 흘러가게 하네요, 컬라~^^.